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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Bhoon+House: 지붕에 마당을 심다, 두 가구가 나무 한 그루를 공유하는 집

anonym studio가 방콕의 376제곱미터 기존 잔디밭 위에 신축한 주택. 지붕 일부를 안으로 꺾어 넣어 중정의 나무가 지붕을 통과하도록 만들면서도 기존 주택과의 시각적 연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방콕 Bhoon+House: 지붕에 마당을 심다, 두 가구가 나무 한 그루를 공유하는 집

지붕이라면 원래 온전한 한 장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anonym studio가 방콕에 지은 Bhoon+ House는 일부러 그 지붕에 틈을 냈다—중정에 있는 나무가 자랄 자리를 내주기 위해서다. 나무 한 그루를 지키려고 지붕을 "일부러 흠내는" 이런 방식은 이 집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태도이기도 하다. 정원은 건물 옆에 딸린 장식이 아니라, 건축 그 자체의 일부라는 것.

방콕 Bhoon+House: 지붕에 마당을 심다, 두 가구가 나무 한 그루를 공유하는 집

이 대지는 원래 방콕의 한 가족이 살던 주택의 잔디밭이었다. 376제곱미터 규모로, 이곳에 새로운 가족을 위한 집을 짓기로 하면서도 기존 주택과의 관계는 끊고 싶지 않았다. anonym studio가 내린 해법은 원래 있던 잔디밭을 그대로 보존해 두 집이 함께 쓰는 중정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신축 주택과 기존 주택은 공간과 시선상으로는 여전히 이어져 있지만, 새로운 가족에게는 한 겹의 프라이버시가 더해졌다.

대지는 동쪽으로 도로와 맞닿아 있어, 만약 집 전면을 모두 동쪽으로 열었다면 채광이 지나치게 직접적이었을 것이다. anonym studio는 중정을 건물 중간부에 파고들듯 배치했고, 이는 곧 긴 매스 안에 북향 경계를 하나 더 만들어낸 셈이다. 빛이 북쪽에서 들어오고, 주요 생활 공간도 자연스럽게 중정을 향하게 되면서 정면의 직사광선 노출을 줄이는 동시에 넓은 창을 낼 수 있는 자유도도 확보했다.

방콕 Bhoon+House: 지붕에 마당을 심다, 두 가구가 나무 한 그루를 공유하는 집

가장 특별한 부분은 역시 안으로 꺾여 들어간 그 지붕이다. 이는 추가로 덧붙인 천창 구조가 아니라, 메인 지붕면이 이어지는 중간에 일부러 한 구간을 뒤로 물려 만든 것으로, 마침 중정에 있는 나무의 수관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해준다. 이 처리로 지붕 윤곽에는 뚜렷한 단절점이 생겼고, 마당에 심긴 나무는 어느 정도 건축의 형태 안으로 "자라 들어간" 셈이 되어, 단순히 마당에 서서 보이는 존재를 넘어서게 되었다.

실내는 약 400제곱미터 규모로, 거실·식당·주방이 하나의 연속된 공용 공간으로 이어진다. 평면상 몇몇 코너에 큼직한 창을 배치해 시선을 중정과 정원 쪽으로 끌어당긴다. 주방에는 통풍을 위한 개폐형 블라인드 창을 달았고, 서비스 공간과 태국식 주방은 뒤쪽으로 배치했다. 외관상으로는 흰색 도장 벽돌로 곡선을 이룬 매스로 마무리했는데, 벽돌 사이 틈을 남겨 빛과 공기가 통하게 했다. 이는 중정 쪽의 큼직한 유리창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방콕 Bhoon+House: 지붕에 마당을 심다, 두 가구가 나무 한 그루를 공유하는 집

2층의 개인 침실들은 중앙의 보이드 공간을 둘러싸며 배치되어 있고, 층과 층 사이는 유리 통로를 통해 서로 빛이 스며든다. 원래 보드게임 방으로 계획됐던 공간은 통유리 벽으로 분리되어 있어, 옆쪽 발코니를 통해 빛이 흘러들어온다. 주침실은 동향 유리벽과 정원 조망을 함께 갖췄고, 천장은 경사지붕으로 처리했으며, 한 단 높인 플랫폼을 더해 방을 비정형적인 좌식·휴식 공간으로 확장했다.

마당 중앙에는 나무 외에도 복합 목재 데크로 마감한 반외부 테라스가 깔려 있고, 깊은 처마가 그 위를 덮고 있다. 이 테라스는 생활 공간의 연장이자 실내외를 잇는 동선이기도 하다. 새로 심은 나무는 두 가구 사이의 조경 관계를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데, 수관이 2층 창가까지 뻗어 있어 마당의 초록빛이 주요 방들에서도 보이게 된다. 이렇게 두 가족이 각자 살아가던 삶은 다시 하나의 풍경 위에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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