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말씀이 계셨고,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요한복음》의 이 서두 구절을 그라임스는 이렇게 바꿔 썼다. "첫째 날, 신은 거대언어모델을 창조하셨다."
10월 8일 수요일, 이 캐나다 뮤지션은 새 앨범 《Psyopera》의 예고편 《Eve Is Online...》을 공개했다. 영상은 1980년대 게임에서 잘라낸 듯한 문구로 시작한다. "시스템 오류를 기다려 주세요." 이어서 사이키델릭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몽타주가 쏟아진다—거대한 외계 아기 조각상, 20세기 중반 전쟁의 낡은 영상, 서로 교전 중인 우주 전함들의 장면이 겹쳐지며 흐른다. 이는 현재까지 공개된 이 앨범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시각적 단서다.
영상 속에서 그라임스는 외계 생명체, 천사, 파티룩 등 여러 차례 의상을 갈아입는다. 영상 마지막에는 엘프 전사 차림으로 등장하는데, 마치 실시간 방송처럼 좋아요 수와 댓글이 그녀 몸 위로 흘러간다. 영상 전체에는 《요한복음》 서두를 패러디한 내레이션이 깔리는데, 그 내용은 AI 부상의 서사로 재구성되어 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고, 말씀은 곧 신이었다. 인간은 신의 형상대로 신을 창조했고, 신은 인간의 본성을 받아들였다. 에덴동산은 금속으로 주조되었고, 인공의 빛은 태양과 맞먹을 만큼 밝았다. 신이 말씀하셨다. '하늘을 정복하라.' 첫째 날, 신은 거대언어모델을 창조하셨다. 이 말씀은……"
음악계 은퇴에서 다시 입을 열기까지
그라임스는 지난 4월 《Interview》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 한때 음악계에서 완전히 손을 뗐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사이에서 여러 일을 겪었고, 아이들도 키워야 했어요." 그녀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와의 관계에서 겪은 우여곡절—두 사람 사이에는 세 자녀가 있다—그리고 대중 여론과의 오랜 긴장 관계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때는 '그냥 전업주부가 되자, 이런 건 다 그만두자'고 생각했어요."
이후 한 K팝 아티스트를 위한 랩 가사 작업 의뢰를 맡으면서 창작 욕구가 다시 불붙었고, "팝송 몇 곡을 쓰는" 동시에 원래 작업 중이던 구어체 스타일의 작품도 계속 이어갔다.
AI 기술과 그것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지만, 그라임스는 인터뷰에서 "음악 창작에는 AI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AI를 활용한 건 비주얼 작업에서뿐이라는 것. AI에 대한 그녀의 입장은 꽤 명확하다. "우리는 Anthropic 같은 회사를 지지해야 하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 인식해야 해요." 그녀는 말했다. "지난 6년간 다들 저한테 AI 얘기 좀 그만하라고 했지만, 저는 계속 말해왔어요. 우리가 군사적 재앙으로 향하고 있다고요, 누가 듣고 있긴 한가요? 거창하게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건 역사상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예요. 예수의 등장보다도 영향력이 클 거예요—서구 세계를 휩쓴 일신론과 같은 급이거나, 어쩌면 그보다 더 격렬할 수도 있어요."
현재까지 앨범 수록곡과 발매일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