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Radiohead가 유럽 투어를 진행할 당시, 팀 내에는 멤버들이 Music Industry Therapy Collective(MITC)의 치료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비밀 채널이 마련되어 있었다. 드러머 Philip Selway는 이후 "결속력이 강하고 자원도 풍부하며 경험도 많은" 투어팀이라 해도 투어 길에서 마주치는 온갖 위험을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다고 회고했다. 이 말이 그가 신규 기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
MITC는 최근 Pay It Forward Fund를 출범시켰다. 중소 규모 투어에 참여하는 아티스트와 스태프들도 전문 정신건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대형 투어들이 복지나 케어 지원을 제작 예산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투어팀은 예산이 더 빠듯하고 인력도 더 단출한 데다 근무 및 이동 여건도 더 가혹한 경우가 많은데도 정작 대화나 성찰, 휴식을 위한 자원을 동등하게 제공할 여유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번 기금의 후원자로는 Selway 외에도 Live Nation, AEG International, 그리고 2019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난 래퍼 Juice WRLD(본명 Jarad Anthony Higgins)의 어머니 Carmela Wallace가 설립한 자선재단 Live Free 999가 이름을 올렸다.
"몇 년 동안 지켜보면서 투어의 현실이 때로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 괴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Selway는 말했다. "설렘과 놀라움, 동료애로 가득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불안정하고 숨 막히는 생활 및 근무 환경이 될 수도 있으며, 감정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고립감을 심화시켜 피로와 고립, 자해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는 자원이 부족한 팀일수록 이런 압박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는 걸 알기에, 이 지원을 더 널리 이용할 수 있도록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내용에는 24시간 다국어 비밀 온라인 상담 서비스 'Tour Check-Ins'가 포함되어 있다. 투어팀 누구든 힘든 하루를 보낸 뒤 감정을 정리하거나, 결정을 명확히 하거나, 팀 내 갈등을 논의하거나, 다음 단계를 계획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Dua Lipa의 《Radical Optimism》 투어팀을 지원한 바 있는 MITC 투어 복지 담당관 Sascha Heeney가 진행하는 90분짜리 직업 건강 상담, 건강한 투어 생활을 위한 워크숍, 그리고 MITC가 출판한 오디오북 《Touring and Mental Health: The Music Industry Manual》도 제공된다.
MITC 창립자 Tamsin Embleton은 이번 기금이 "예산이 빠듯한 투어에서도 전문 지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동시에 "문제가 터져야만 지원을 구해야 한다"는 통념을 깨는 데도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팀들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르고, 상황이 악화되는 초기 징후를 알아차려 눈덩이처럼 커지기 전에 개입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정신건강 자선단체 Mind의 연구에 따르면 음악 산업 종사자는 일반 대중보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을 확률이 더 높으며, 음악인의 우울증 발병률은 최대 3배까지 높을 수 있다. 재정적 스트레스, 고립감, 생활 방식, 빡빡한 일정, 중독 문제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자주 꼽힌다. 기금 신청 세부 사항과 접수 시기에 관한 자료는 제공되지 않았으며, 자격을 갖춘 투어팀은 MITC 공식 채널을 통해 추가로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