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수박과 크림 향이 어우러진 달콤한 스프레이가 어울렸다면, 날씨가 선선해지는 순간 코는 좀 더 복잡한 향을 그리워하기 시작한다—사프란, 볶은 참깨, 진하게 로스팅한 커피, 혹은 한 잔의 버번. 2026년 가을 향수 트렌드가 말하는 건 바로 이런 후각의 '어른스러워짐'이다.
구르망 노트, 어른이 되다
Spate Popularity Index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구르망 향수의 검색량은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향료 회사 CPL Aromas와 영국 리테일러 The Fragrance Shop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는 이러한 변화를 'gourmand 2.0'이라 명명했다: 설탕은 차, 커피, 향신료 등 좀 더 복합적인 질감을 지닌 원료로 희석되고 있으며, 연구진은 이것이 GLP-1 약물 사용 확산과 식욕에 대한 개념이 재구성되는 흐름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Scentbird의 혁신·제품 부문 부사장 Jeniece Trizzino는 지난 2년간의 구르망 노트가 거의 설탕과 동의어였다면, 이번 시즌은 한 끼 정찬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향수 브랜드 Anti의 Bast는 사프란과 카다멈을 베이스로 유향과 앰버를 겹쳤고, Nomad의 Habibi Vanilla는 커피 앱솔루트를 샌달우드, 피스타치오, 헤이즐넛에 레이어링했다. 뉴욕의 조향사 Darryl Do는 커피 노트가 우디하고 스파이시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더 이상 디저트 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크 프루트가 그리는 고딕 무드
향료 회사 Interparfums의 교육·이벤트 총괄 Matthieu Sucheyre는 자두, 블랙 체리, 무화과 같은 짙은 색조의 과일 향이 밝은 과일 향을 대체하며 향수에 더 깊이와 성숙함을 더하고 있다고 짚었다. Trizzino는 이것이 이번 시즌 런웨이의 코르셋, 레이스, 벨벳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지나치게 최적화된 삶 속에서 극적인 감각을 되찾고 싶어 하는 욕망이라는 것이다. D.S. & Durga의 신작 Ain't That Sweet는 대추야자에 시나몬과 카다멈을 더해 마지막엔 버번 바닐라로 마무리하고, Kylie Cosmetics의 Mood Stones 컬렉션 중 Velvet Brew는 자두를 커피와 커피 꽃 위에 레이어링해 짙고 관능적인 무드를 완성한다.
통카빈, 더 이상 바닐라의 그림자가 아니다
통카빈은 불과 몇 달 사이 마이너 노트에서 순식간에 대중화됐다. Trizzino는 구글과 소셜 플랫폼에서 스팸, 다이어트 콜라 같은 클래식 컴포트 브랜드에 대한 검색량이 해마다 늘고 있으며, 최근 런웨이에서도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요소가 자주 인용되는 것을 보면 노스탤지어 감성이 여전히 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짚었다. Do는 이번 시즌 통카빈이 더 다채로운 레이어를 보여줄 것이라 예상한다: Phlur의 Vanilla Canyon은 파출리와 오크로 우디한 방향으로 기울였고, Clean Reserve의 Sun-Kissed Papaya는 파파야와 시트러스로 시작해 마지막을 통카빈으로 마무리한다. Fulton & Roark의 공동 창립자 Kevin Keller는 통카빈을 "익숙하지만 낯선" 향이라 표현한다—바닐라와 카라멜 커스터드를 연상시키면서도, 그 어느 것과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