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소재로 만든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작품은 제일 먼저 접합선, 기포, 색 얼룩을 갈아내서 마치 한 번도 버려진 적 없었던 것처럼 위장한다. Ninefold: A Distributed Resonant Field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재활용된 PLA 펠릿을 섞어 재프린팅하면서 생겨난 투명도의 차이, 무광과 유광이 뒤섞인 표면, 겹겹이 쌓인 텍스처 — 이 모든 것을 표면에 그대로 남겨두었다. 갈아내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버려진 재료가 다시 형태를 얻는 과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설치작품은 건축가 Hyojin Kwon(스튜디오 Pre- and Post- 창립자), 타악기 연주자 겸 작곡가·멀티미디어 아티스트 Jeremy Muller, 건축가 겸 재료 연구자 Misri Patel 세 사람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원재료는 실험실에서 버려진 PLA 프린팅 폐기물이다. 이를 분쇄해 펠릿으로 만든 뒤 원재료와 혼합하고, 대형 펠릿 기반 적층 제조(pellet-based additive manufacturing) 방식으로 다시 프린팅해 아홉 개의 대형 오브제로 완성했다. 세 사람의 역할 분담은 이 작품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한 조각도, 단순한 사운드 설치도 아니다. 건축적 지오메트리, 음향 튜닝, 재료 연구라는 세 갈래의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아홉 개의 오브제, 아홉 개의 주파수

이 아홉 개의 오브제는 하나의 틀에서 찍어낸 복제품이 아니다. 팀은 반응-확산(reaction-diffusion) 알고리즘을 이용해 형태를 생성했고, 그 결과 형체가 스스로 부풀고 수축하고 비틀리고 접히면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자라났다. 어떤 것은 가늘고 긴 원기둥 형태로, 어떤 것은 중간이 좁아지다가 양 끝이 챔버처럼 넓어지는 형태로 완성됐고, 각 조형물의 비례와 배치도 모두 다르다. 더 중요한 점은, 각 조형물이 화성 스펙트럼상의 특정 주파수에 맞춰 튜닝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기능적으로는 공명체이며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아홉 개의 오브제가 3×3 배열로 놓이면서 소리의 출처는 하나의 스피커나 한 지점에 집중되지 않고 공간 전체에 흩어진다. 관람객이 위치를 옮기면 들리는 공명체의 조합과 눈에 보이는 빛·기하학적 관계도 함께 바뀌기 때문에, 전시장을 걸어 다니는 사람마다 경험이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