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앨범 《Different Class》에 실린 채 30년간 잠들어 있던 곡이 드디어 무대 위에서 입을 열었다. 9월 5일 밤, Pulp는 영국 End of the Road 뮤직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공연에서 《Deep Fried in Kelvin》을 처음으로 라이브로 연주했다—이 곡은 그 어떤 투어나 공연에서도 무대에 오른 적이 없었으나, 바로 이날 밤 처음으로 실현됐다.
이번 공연은 동시에 Pulp의 2026 투어 마지막 무대이기도 했다. 보컬 Jarvis Cocker는 공연이 끝난 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에게 이번이 밴드의 "잠정적인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지만, 곧이어 "영원한 건 아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여지를 남기는 어조였지만, 동시에 이번 공연이 지닌 무게감을 분명히 전달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날 밤 셋리스트는 거의 창고를 뒤엎는 수준이었다. 《Little Girl (With Blue Eyes)》는 2012년 이후 처음 연주됐고, 《Forever in My Dreams》는 26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으며, 《The Mark of the Devil》과 《Death II》 두 곡은 1992년 이후 한 번도 연주된 적이 없었다. 헤드라이너 공연 후반부에는 밴드가 《We Are the Boyz》까지 꺼내 들었는데, 이 곡이 공개적으로 연주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었다.
그날 밤 무대 위에서는 밴드 뒤편으로 Pulp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영상이 상영됐고, Cocker는 객석을 향해 《Happy Birthday to You》를 부르기도 했다—올해는 마침 End of the Road 뮤직 페스티벌이 창설 20주년을 맞은 해다. 이날 무대 구성은 단순한 정규 투어의 마무리라기보다는, 20년간 함께해 온 이 페스티벌과 밴드 자신의 무대 경력에 기념비적인 의미를 담아 마침표를 찍으려는 의도로 보였다.
전체 셋리스트는 《I Spy》《Little Girl (With Blue Eyes)》《The Mark of the Devil》《Background Noise》《Tina》《Forever in My Dreams》《Deep Fried in Kelvin》《Death II》《O.U. (Gone, Gone)》《Babies》《Razzmatazz》《Lipgloss》《Happy Birthday to You》《Do You Remember the First Time?》《Spike Island》《Got to Have Love》《Underwear》《Common People》《This Is Hardcore》《We Are the Boyz》《Something Changed》《Sunrise》로 구성됐다.
잠정적으로 무대를 떠나는 가운데, Pulp의 다른 쪽 행보도 멈추지 않고 있다. 밴드는 지난해 앨범 《More》를 발매한 이후, War Child 자선 컴필레이션 《Help(2)》에 신곡 《Begging For Change》를 수록했으며, 신곡 두 곡 《Marrying For Love》와 《Cold Call On The Hotline》이 담긴 EP를 디지털로 발매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런던 O2에서 열린 두 차례의 매진 공연을 담은 콘서트 영화 《What Do You Do For An Encore?》도 공개될 예정이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9월 18일 하루 한정 극장 선공개를 시작으로, 9월 23일 캐나다, 9월 24일 미국에서 극장 개봉하며, 9월 25일부터는 MUBI를 통해 스트리밍으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