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2PS, 1000Nm, 0-100km/h 3.2초—이 정도 숫자라면 슈퍼카에 붙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스스로 "궁극의 그랜드투어러"라 자처하는 2도어 쿠페에 붙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아이러니한 건, 벤틀리(Bentley)가 20년 넘게 브랜드의 상징이었던 W12 엔진을 버리고 4.0L V8 트윈터보에 190PS 전기모터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Ultra Performance Hybrid"를 얹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시스템 총 출력은 현재 라인업 최강 수준까지 치솟았고, 플래그십인 Mariner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실린더 세 개를 덜어냈는데 출력은 줄지 않았다는 것, 바로 이 부분이 새로운 컨티넨탈 GT 스피드에서 진짜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2024년 완전 신형으로 거듭난 4세대 모델의 2026년형이다. 외관은 "조용히 웅크린 호랑이"라는 디자인 테마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풍성한 리어 펜더는 맹수가 웅크린 뒷다리를 연상시키고, 차체에는 딱딱한 프레스 라인 대신 손으로 빚어낸 듯한 입체적인 곡면이 흐른다. 전장 약 4895mm, 사이드미러 포함 전폭 약 2187mm에 전고는 1397mm로, 일반적인 2도어 스포츠카보다는 다소 높다. 가까이서 보면 첫인상은 오히려 대형 세단에 가까운 위엄이 느껴진다. 헤드램프는 이번 세대에서 가장 눈에 띄게 바뀐 부분으로, 전작의 듀얼 원형 램프에서 단일 타원형 디자인으로 바뀌며 먹잇감을 노려보는 맹수의 눈을 연상시킨다. 수평으로 파고드는 데이라이트는 질주 후 남은 궤적처럼 보이는데, 같은 디자인 언어가 올해 6월 공개된 신형 Flying Spur에도 적용됐다. 테일램프는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점등하면 짙은 붉은빛이 복잡한 내부 구조 속에서 반복해서 굴절되며 흐르는 마그마처럼 보인다. 기계적인 느낌을 의도적으로 감춰, 완성도는 오히려 하나의 보석처럼 느껴진다.
실내에서는 아날로그 시계와 12.3인치 스크린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는다
시승차 실내는 블루 톤이 살짝 섞인 그레이 컬러 "Brunel"을 메인으로 하고, 포인트 컬러로는 선명한 "Kingfisher" 블루를 사용했다. 시트 백에는 세밀한 스티칭과 퍼포레이션으로 체크무늬를 새겼다. 도어 트림에서 대시보드 전체까지 이어지는 블루 카본 파이버 트림은 벤틀리 커스텀 부서 Mariner에서 제공하는 옵션으로, 퍼포먼스 지향적인 소재를 럭셔리 캐빈 안에 넣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번 시승차는 옵션을 더해 5985만 1318엔에 달했고, 기본 트림은 4175만 엔(2027년형은 4259만 엔)이다. 진짜 흥미로운 건 전동화 물결 속에서 벤틀리가 브랜드의 오래된 정체성을 다루는 방식이다. 센터 콘솔 정중앙에는 아날로그 시계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고, 원형 송풍구 "Bullseye"와 개폐를 조작하는 "Organ Stop" 노브 등 1950년대부터 이어져 온 디테일들도 그대로 남아 있다. 센터 콘솔에는 물리 버튼도 상당수 남겨두어, 모든 기능을 터치스크린 안에 몰아넣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12.3인치 터치스크린이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고, 무선 Apple CarPlay와 Android Auto, 360도 어라운드 뷰, 차체 리프트 기능 등 현대적인 편의 장비도 빠짐없이 갖췄다. 옵션인 "Bentley Rotation Display"를 적용하면 패널을 위아래로 회전시켜 터치스크린, 외부 온도계와 스톱워치를 내장한 아날로그 패널, 또는 이음새 없는 아날로그 클러스터, 이렇게 세 가지 모습으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디지털 기술과 레트로한 감성이 공존하도록 만든 이 방식이 실내에서 가장 오래 눈길이 머무는 부분이다.













